영화평

렌필드 (2023) Renfield

애니메이터 2026. 9. 14. 13:54
반응형
BIG

 정년 보장과 평생 직장의 대가는 밤낮 없는 24시간 풀타임 근무. 사내 복지는 만성 피로, 불면증, 소화불량, 그리고 짙은 다크서클뿐이다. 불멸의 삶과 폭발적인 힘을 얻는 대신, 악당 전용 배달원이 되어야 한다면?

 ‘렌필드’는 드라큘라에게 취업 사기를 당한 직속 비서다. 그는 매일 밤낮없이 순결한 제물을 바치며, 남들과 다른 특별한 꼰대 상사 밑에서 점점 피폐해져 간다. 드라큘라의 끝없는 요구와 지독한 갑질은 그를 탈진하게 만들고, 종신계약이라는 족쇄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제물을 찾던 중 렌필드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친구 ‘레베카’를 만난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에게 처음으로 퇴사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가슴 깊숙이 숨겨 두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드라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렌필드는 과연 퇴사 없는 종신계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직장 생활의 부조리와 상사의 갑질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다. 드라큘라와 렌필드의 관계는 단순한 주종 관계를 넘어, 현대 사회의 ‘슈퍼 을(乙)’이 겪는 고통을 은유한다. 렌필드는 끝없는 희생을 강요받으며, 상사의 권력에 눌려 자기 삶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레베카와의 만남은 그에게 작은 반격의 불씨가 된다.

 “슈퍼 을 렌필드, 자네 꿈이 뭔가?”

 “이 지독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퇴사하겠습니다!”

 

 <렌필드>는 뱀파이어 영화의 전통을 비틀어, 직장인의 애환을 유머와 액션으로 풀어낸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진짜 공포는 ‘퇴사 없는 직장’이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결국 이 영화는 드라큘라와 렌필드의 대결을 넘어, 자유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 갈망을 그려낸다.

반응형
LIST